[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55] 매니저 능력 인정…부실 매장 해결사로, 2년 적자 매장 4개월만에 흑자 만들기도
수키, 당신이 돌아와서 기뻐요! 회사에는 원래 부매니저라는 자리가 없었다. 나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자리였다. 당시 오렌지시 매장의 매니저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 나를 그 자리로 보낸 것은 매니저를 견제하고 보완하라는 의미였다. 3개월쯤 지나자 사장은 약속대로 나를 총매니저로 승진시키면서 샌타애나시에 있는 매장으로 발령을 냈다. 매니저가 공석이 된 후 부실덩어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곳이었다. 가보니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조직 관리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고 직원들은 무사안일에 빠져 있었다. 나는 우선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제품 반입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문제점을 고쳐 나갔다. 직원들에게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강조하는 한편 경쟁하면서 화합하도록 유도했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 직원들은 대환영이었다. 6개월 만에 매장 실적은 50% 이상 늘었고 직원들은 신나게 일했다. 직원들은 "수키 당신이 회사로 돌아와서 기쁩니다" "세일즈는 수키의 천직이에요"라며 나를 따라주었다. 매장 운영은 정상으로 돌아갔다. 통쾌했다. 1년 전 회사를 떠날 때 나보다 못해 보이는 친구들이 자꾸 앞질러가는 것을 보면서 상처받았던 자존심도 회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이 점심을 같이하자고 부르더니 오렌지시의 한 매장이 지난 2년 동안 리더십 부재로 문제투성이 매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능력 있는 매니저를 '특공대'로 보내기로 최종 결정했는데 내가 바로 그 '가장 능력 있는' 매니저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맡아달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대신 내 밑에서 일할 매니저들을 내가 직접 선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장은 인사권은 물론 모든 업무에 재량권을 줄 테니 마음껏 운영해 보라며 흔쾌히 힘을 실어주었다. 다음 날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출근했다. 정직과 성실로 이루어낸 기적 같은 실적 막상 매장에 가서 분위기를 살펴보니 전자제품 매장이 아니라 우범지대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비리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새로 총매니저와 부매니저들이 투입되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비리를 제보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교환원과 세일즈맨 그리고 창고 직원이 서로 짜고 물품을 교묘하게 빼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들은 고객들이 먼저 결제한 후에 '반출' 영수증을 받아 그것을 창고 직원에게 제시하고 물건을 인도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는데 범인들이 이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을 가장한 범인이 매장에 들러 배터리처럼 값이 별로 안 나가는 물건을 사면 계산대의 공범이 다른 값비싼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영수증을 끊어주는 식이다. 이런 수법으로 몇 년간 물건을 빼돌렸으니 그 손실이 얼마겠는가. 나는 한 달 사이에 창고 직원의 절반 이상을 해고하고 새 직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매장 곳곳을 이 잡듯이 훑으며 비리의 소지를 없애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나갔다. 배달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총매니저는 그저 사무실에서 서류나 결재하는 사람쯤으로 알던 직원들은 내가 하루 종일 매장을 왔다 갔다 하며 살피니까 바짝 긴장했고 자연히 도덕적 해이 현상도 사라졌다. 다달이 매출이 오르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충천했다. 물건을 빼돌리는 조직이 한순간에 와해되자 이런저런 내부 비리를 신고하는 직원이 늘어났다. 일련의 개혁 조치가 잇따라 성과를 거두면서 우리 팀이 투입된 지 4개월 만에 재고 조사에서 25만 달러 이상 발생했던 손실이 3000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2년 동안 난다 긴다 하는 7명의 총매니저가 거쳐갔는데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이 4개월 만에 정리되는 것을 보고 모두가 나의 역량을 인정해 주었다. 심지어 존경심을 표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직률도 현격히 낮아졌다. 세일즈맨의 이직률은 50퍼센트가 넘는 것이 보통인데 내가 근무하던 매장의 이직률은 10~20%에 그쳤다. 매니저들과의 호흡이 잘 맞았고 직원들도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환상의 팀워크였다.〈계속> 글=올림 출판사